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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르디외의 인민론
    Research & Lecture notes 2022. 6. 13. 19:50

     

      부르디외의 인민론(1982/2018; 2005; 2013/2014)은 인민(또는 민중) 자체에 대한 본질적•보편적•초역사적 정의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인민을 논하는 사람들과 지식담론에 대한 성찰적 분석틀을 제시하는 것이다. 

     

    1) 어떤 개념은 정치적 힘을 갖는다. 특히 그것이 사회적•정치적 투쟁에 결부된 사회적 집단에 대한 분류 범주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부르디외가 지적했듯이, '인민(people)'이라는 단어는 정의하기 무척 까다로운 개념이다. 하지만 이러한 개념들은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정치적 투쟁의 대상이 된다. 이 같은 가변적 개념들은그 시대상을 따라 농민, 자영업자, 사무직까지 확장하거나, 아니면 노동자로 제한함으로써 정치적 힘을 얻는다. 각자의 이해관계와 사회적 환상에 의해서 조작 가능하다는 사실에서 이 개념은 '신비화 효과'가 발생한다. 가령 사람들은 '민중'이라는 단어에서 거의 자동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 반면에 어떤 존재나 속성은 생각조차 되지 못하고 무시되기도 한다. 이러한 개념에는 포함과 배제의 (투쟁)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민중적'이라는 수식어도 분석이 필요한 모호한 개념이다. 이 수식어는 수식의 대상을 본질적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이, 누가 이 수식어를 정당하게 받을 수 있는 존재인가? 따라서 이 개념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이 개념 정의의 무한회귀에 빠질 것이 아니라, 개념과 정의하고자 하는 존재의 역사적•사회적 맥락 속에서 체화된 정당성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부르디외는 구체적으로 쌍을 이루는 형용사들의 체계를 조사할 것을 제안했는데, 이 체계 속에서 지배자들에게 귀속되는 속성들을 가리키는 용어는 언제나 긍정적 가치를 띠고 나타날 것이다. 반면에 그렇지 않은 속성들은 부정적 가치를 띨 것이다(Bourdieu, 2018: 111-14). 

     

    2) 부르디외는 '인민' 또는 '민중적'인 것을 본질적인 속성이 아니라 관계적인 것으로서 탐구한다. 예컨대 민중언어에서의 은어는 심오한 의도가 있다기 보다는 지배문화와의 차별성과 저항을 추구하는 성향과 상황에 따른 전략이지만, 역설적인 지배 효과를 생산한다. 여기에 심오한 의도가 있다고 분석하는 것은 오히려 분석가들의 귀족주의적 태도이다(Bourdieu, 2018: 118). 이러한 부르디외의 주장에서시사하는 것은 무엇보다 인민을 이해하는 데에는 지배와 복종의 양자택일을 거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3) 부르디외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민중'에 대해 말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느끼는 자들 각자가 그의 관심과 환상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하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129). 왜냐하면 언어적•문화적 생산장이 부과하는 제약에 민중언어의 시장은 (선택적이고 굴절적으로) 반응하고 동시에 민중은 정치적 언어/생산장에 정치적/문화적 정당성과 권력을 위임하기 때문이다. 앞서 밝혔다시피, 담론 정치의 장이기도 한 이 생산장은 인민을 재현/대리하려는 대리인들의 이전투구의 장이다. 오늘날의 인민은 다른 시대에 신이 그러했듯이, 사제들의 파벌싸움에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Bourdieu, 2018: 261). 그리고 정치장은 사회집단들에 대한 권위적 명명과 상징 조작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김태수, 2008: 118). 따라서 인민에 대한 재현/대표를 연구한다는 것은 사실상 인민을 둘러싸고 그들을 재현/대리하는 지배적 사회세력과 그 표상들에 대한 '정의 내리기' 투쟁을 분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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